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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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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10

해도 뜨고 그래서(비도 오고 그래서 오마주) 해도 뜨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지금은 장마철이라 볕 볼 일이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매일 비만 내리는 것도 아니더라. 그래서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나나봐. 네가 날 칭찬하던 말에는 늘 해나 빛이 따라왔으니까. 간만에 보는 태양에서 너를 생각하게 되는 건가봐. 일부러 너와 주고받은 편지를 찾아봤어. 이걸 아직도 품고 있다는 게 이해되진 않겠지만, 가끔 추억에 잠기고픈 날에는 펼쳐보고 싶거든. 그래서 이 비가 그치지 않았으면 해. 네 생각에 잠겨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 해. 가장 맑은 날의 태양을 보고 너를 떠올려서, 집안에 들어와 네 흔적을 들춰보지 않았음 해.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다시 비가 내릴 거고, 그러면 한동안은 또 네 생각이 나지 않겠지. 벌써부터 장마가 끝나는 그 날이 무서워. 우산 아래에서.. 2022. 7. 17.
감정 쓰레기통 감정 쓰레기통, 너로 인해 가득찼으나, 그 속에 좋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필요없는 감정들이 버려지는 보관함. 그리고 네가 나를 대하는 태도의 대명사. 지하철역에서 환승통로를 지나가던 중, 문득 걸음을 멈춰섰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쓰레기통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단지 보기만 했을 뿐인데, 가슴이 저릿해져오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에게 쓸모없어진 것들이 모여 채워진 그 속이,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내 모습을 닮아서 그렇겠지. 가득차면 누군가가 비워주는 쓰레기통보다 못한 존재, 아마 네가 바라보는 나는 그정도가 아닐까? 종로에서 뺨을 맞고, 한강에서 푸는 사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연애를 하면서 실감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말을 좋아하던 너는, 단 한번도 실천을 할 때가 .. 2022. 4. 16.
미안하오. 여보 여보 당신에게는 정말 미안하오. 이렇게 편지로 유언을 남기고 가는 나를 용서하지 마시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정말 잘 살아 볼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소.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오. 몇 개월간 고민 해봤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어보이니, 살아갈 힘이 없소. 나는 세상을 살아갈 가치도 없는 인간이 맞는 것 같고, 짐을 당신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오.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난 뒤로, 하루 빨리 저세상으로 떠나버리고픈 마음 밖에 들지를 않소. 아직 더 자라나야 할 우리 아이들, 이런 나랑 만나 힘들게 살고 있는 당신에게는 한없이 미안한 말이지만, 언제까지 어렵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소. 가기 전에 내 짐은 모두 떠안고 떠나려고 발버둥.. 2022. 3. 20.
자존감 낮았던 여친과 이별 SNS를 보면 그런 글들이 참 많다. 자존감이 낮아 만나는 사람마다 좋지 않게 헤어졌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은 끝까지 내 옆을 지켜줬다는 이야기. 그래서 알콩달콩 예쁘게 사랑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결말. 어렸을 때부터 읽어왔던 글이라, 시작부터 결말까지 다 꿰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1%의 이야기가 대단해 보이는 건, 그렇지 못한 99%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단지, 1%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을 바꾸는 것도,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모두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 함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별 게 아니었다. 항상 내 마음을 확인하려고 이런저런.. 2022. 3. 12.
스물세 살, 아빠의 장례식 스물세 살, 아직 대학생 과잠도 벗지 못한 시기. 우리 아빠는 나와 엄마를 두고 갑작스레 떠나버렸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도, 병원으로 달려갈 때도 거짓말 같았다. 죽지는 않았겠지, 조금 많이 다쳤을 뿐이겠지. 초조한 마음에 휴대폰만 챙겨서, 집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빠르던 KTX가 왜 이렇게 느린지, 대학은 왜 이렇게 먼 곳으로 와서 집도 빠르게 못 가는지,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곳은 병실이 아닌 장례식장이었다. 왜 그렇게 모여들 있어? 아빠는 어디 있는데? 엄마, 왜 주저앉아 있어? 아빠의 직장 동료분들이 잔인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가셨단다." 생각보다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기분은 담담했고, 직장 동료분께 아빠의 사고 이야기를 다 들었다. 공사장 추락사고. 빗물이 덜 마.. 2022. 3. 7.
연락 문제로 싸운 연인과 이별 학창시절을 함께 하던 너와 헤어졌다. 연락 문제였다. 열다섯살부터 스무 살이 되는 올해까지 5년을 사귀었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귀기 전, 좋아한다고 표현을 마구 날리던 때가 있었다. 잘해줄 테니까 사귀자는 고백을 받은 뒤로, 몇 달 동안은 기쁨에 겨운 날들이 반복되기도 했다. 하루하루 너와 연락하는 시간이 행복해서, 점점 더 너에게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연인 사이의 연락 문제가 이별 사유가 될 줄은. 골머리가 썩고, 눈물을 흘리고, 그러다가 포기하고, 결국 너를 놓아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는 나보다 친구가 더 우선이었다. 그 다음은 자신이었고. 친구들과 PC방을 가면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집에서 티비를 볼 때는 저 멀리 방치해두고, 카톡..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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