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을 함께 하던 너와 헤어졌다. 연락 문제였다.
열다섯살부터 스무 살이 되는 올해까지 5년을 사귀었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귀기 전, 좋아한다고 표현을 마구 날리던 때가 있었다.
잘해줄 테니까 사귀자는 고백을 받은 뒤로,
몇 달 동안은 기쁨에 겨운 날들이 반복되기도 했다.
하루하루 너와 연락하는 시간이 행복해서,
점점 더 너에게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연인 사이의 연락 문제가 이별 사유가 될 줄은.
골머리가 썩고, 눈물을 흘리고, 그러다가 포기하고,
결국 너를 놓아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는 나보다 친구가 더 우선이었다. 그 다음은 자신이었고.
친구들과 PC방을 가면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집에서 티비를 볼 때는 저 멀리 방치해두고,
카톡이 온 걸 봤더라도 확인하기 귀찮으면 내버려두고,
너에게 내 기다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 내가 바보였다. 잘해주는 모습만 보고,
너에게 마음을 열었던 내가 바보였다.
넌 그저 원래의 모습으로 지냈을 뿐이니,
나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이
사귀고 난 뒤부터 너는 조금씩 변해갔다.
아니, 원래의 네 모습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느려지는 답장, 짧아지는 내용, 줄어드는 연락.
뭘, 얼마나 할 거라는 말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예전처럼 24시간 동안 연락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뒤로하고,
내가 항상 1순위이길 바랬던 것도 아니었다.
100 중에 70, 아니 50정도,
그 정도의 정성만 내게 쏟기를 원했을 뿐인데,
너에게 나는, 그 정도의 가치도 없던 사람이었던 걸까.
나는 처음보다 너를 더 사랑하게 되었는데,
바보처럼 네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점점 더 쓸쓸하고 외로워졌다.
어느새 다른 행동들까지 전부 다 소홀하게 변한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왜 이렇게 처음이랑 다르냐고, 징징거리고, 닥달하고, 귀찮게 하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너에게는 부담이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미안해, 안 그럴게, 신경 쓸게 하다가도
점차 반복되니 짜증이 나고, 답답했을 것이다.
그렇게 다툼이 잦아지니 지칠 수 밖에 없었겠지.
나도 그렇게 느꼈다.
결국 너를 더 좋아하는 내가 포기하기로 했다.
그 순간부터 내 마음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예전처럼 꽉꽉 가득찬 마음으로 너를 대할 수가 없었다.
내 속에 있는 네가 예전 같지 않아졌다.
너를 만나고, 사랑하는 게 예전처럼 행복하지가 않아졌다.
이런 내 기분도 모르고, 너는 좋아했던 것 같다.
연락 잘 하자고 투정 부리고 징징 거리지 않아서,
드디어 내가 네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던 걸까.
그렇게 네가 해방감을 느끼는 동안,
내 마음 속에서는 너를 정리하고 있었다.
네 연락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나는 충분히 바쁜 사람이었다.
해야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청소년이었다.
너보다 더 잘해주는 친구들이 세상에는 많았다.
관심과 애정을 구걸했던 시간들이 허무해졌다.
성인이 되고,
내가 얼마나 비참한 연애를 했는지 실감이 났다.
너와의 만남을 계속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 생각에 확신이 들었을 무렵, 너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러자 처음 보인 네 반응은 참 어이없고 우스웠다.
"갑자기 왜 그래?"
하긴 행복에 겨웠을 네가 뭘 알고 있었을까.
내 마음이 타버리다 못해 잿더미가 되었을 때까지,
이상함을 느끼지도 못한 네가 이유를 알 리가 없지.
구차하게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네 하고 있을 생각이 너무 뻔했으니까.
지칠 만큼 연락을 구걸하는 동안, 네 행동은 충분히 봤기에
그래서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안 할 거라는 것도 알았기에
너를 뒤로하고 집으로 왔다.
'다른 여자랑 연락을 주고받은 것도,
바람을 피운것도 아니니까'
'연락을 씹거나 하루종일 계속 안하는 것도 아니니까'
'만났을 때 잘하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서로를 어느정도 알고 있으니 할 말이 많지 않아서'
'집에선 잠깐 연락을 안 하더라도 좀 쉬고 싶어서'
이 모든 말이 너에게는 당연한 거니까,
이해 못하는 내가 떠나야지.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을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네게 미안하다.
내 투정과 바램이, 너를 피곤하고 지치게 했을 수 있으니까.
아마 너처럼 연락에 미련을 두지 않는 성격이었다면,
우리는 좀 더 좋은 연애를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네 다음 연애는 비슷한 사람과 하기를 바란다.
잘해준다는 말 없이 고백해서, 네 원래 모습도 받아들여주는 사람과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이 말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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