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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비전공자의 작문공부/이별 이야기

우리 가족 봄날이

by 혼자노는아싸(호나) 202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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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아.
19년, 이게 뭘 의미하는 숫자인지 알겠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자 네가 살아온 햇수야.
나에게는 처음 생긴 친구였고, 사랑하는 가족이기도 했지.

내 인생의 대부분을 같이 보냈기에
네가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믿고 싶지도 않아.
살아온 세월에 비해서 건강해보여서 마음의 준비도 못했는데, 그게 다 내 욕심이었나봐.
지금까지 버틴 게 기적이었다 그러네.

언제나 내 옆에서 자다가, 아침이 되면 반겨주는 너였는데,
어쩐 일로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가 했어.
가끔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안일했다.

그날 밤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쓰다듬어 줄 걸.

나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던 애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얼굴 한 번 안 비치는 게 이상했어.

외롭게 잠들어 떠나기 전까지,
그 긴 시간동안 너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혼자서 쓸쓸하게 둔 나를 탓했을까.
아니면 아픔을 몰라준 나를 원망했을까.

봄날아,
네가 밤하늘의 별을 따라 떠난 뒤로 내 삶이 많이 변했어.
이름을 부르면 지금도 달려올 것만 같고,
간식을 흔들면 얼른 달라고 꼬리를 흔들 것 같아.
심심하면 놀아달라고 장난감도 물고 오고,
침대 위에서 이불에 털도 다 묻힐 것 같은데,
집안이 이렇게 조용한 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요즘은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네가 떠올라서 울컥해.
그렇게 좋아하던 강아지였는데, 만지지도 않아.
네 머리를 쓰다듬던 촉감이 사라질까봐,
옅어지는 네 감촉이 나도 모르는 사이 없어질까봐.

아직도 밤에는 휴대폰에 담긴 우리 영상을 보면서 잠들어.
베개가 눈물로 젖어도,
유일하게 너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러다가 꿈에라도 나오면 그리움이 가슴을 메워버리지만,
이렇게 아파도 너를 지우고 싶지가 않다.

항상 나를 사랑해주던 너였으니까,
이런 내 모습을 보면 하늘에서도 힘들겠지?
네가 편히 기다릴 수 있게 마음을 잡아볼게.
다시 만나면 그동안 못한 말들 다 하자.
산책도 실컷하고, 아프지 말고 평생 함께하자.

봄날아, 이름처럼 내 인생에 따스함을 준 봄날아.
넘치는 사랑을 내게 나눠줘서 고맙고, 또 고마워.
다음 생에도 내 동생으로 와주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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