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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비전공자의 작문공부/이별 이야기

끝나버린 친구사이

by 혼자노는아싸(호나) 202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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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담아왔던 마음을 표현했음에도
드러난 건 조막만한 티끌 정도라 할 말이 많다.
그렇다고 말로 하기에는 뒤죽박죽이 될 것 같아
고심하다가 결국에는 편지로 전하려 한다.

널 처음보게 된 1학년,

중학교에 입학해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가시기도 전이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며 한명씩 자기소개를 했을 때, 그 때부터 너를 좋아했다. 내 눈에만 그랬던 건 아닌지, 네 주변에는 친구들이 항상 넘쳤던 걸로 기억한다.

적당하게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라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질투를 많이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더 가까워질 방법을 고민하다가 관심도 없던 독서동아리에 들어갔다. 네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짝사랑이 맞사랑이 되었으면... 그런 상상을 자주했다.
친구로 대하는 것도 이렇게 설레는데,
그 이상은 얼마나 두근거리는 걸까.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해서도 진전이 없었다. 너를 따라 공부하다보니 같은 대학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용기가 줄어들었다. 그 사이 너는 다른 사람들과 연애를 하고, 내게 연애상담까지 해왔다. 그런 경험을 여러번 했음에도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 나도 좋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고백도 받았었고, 소개팅도 나가봤지만,  네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결국 다른 여성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던 25살, 네 생일을 둘이서 보내게 되었다. 하루종일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고난 뒤, 남은 사람이 우리 둘 뿐이었던 것이다. 네 생일이 끝나기까지 3시간 남았을 무렵이었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가서 그랬을까. 지금이라면 고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랑 사귀려는 건 아니었고, 그저 11년 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놓아주고 싶었다. 설령 차이더라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알콜의 힘을 빌려도 목소리는 떨렸고, 말은 횡설수설 했다.

"ㄴ...나 너 좋아하는데... 우리 사귈래? 아니, 사귀자."

창피했다. 속으로는 수백, 수천번을 연습했는데, 제대로 내뱉지를 못했다. 차마 얼굴을 보기도 민망해서 손에 쥔 술잔만 바라봤다. 짧은 정적이 영원처럼 느껴질 때. 너는 그냥 웃었다.

그게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는 없었다. 겉으로도 보였겠지만, 속은 그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정말 한참동안을 웃다가 진정한 너를 보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바보야, 지금까지 모를 정도로 둔감하지는 않거든."

숨긴다고 숨겼는데, 티가 났나보다. 하긴 11년을 붙어다니면서 드러날 일이 없었을까.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눈치를 챌만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로 대한다고 해도 마음이 없는 이성과는 확연히 달랐을 테니까.

"나도 좋아해"

다소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드디어 맞사랑이 되었다. 25살에 첫 연애라 서툴기는 하지만, 이런 모습조차 귀엽게 봐주니 감사함을 느낀다.

친구들은 억울하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연애를 많이 하면 어떻고, 적게 하면 뭐가 다를까. 짝사랑만 하던 여자가 와이프가 되어 옆에 있음에 감사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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