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OT를 기다리는 시기.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수능이 끝나니 기뻤지만,
결승지점을 지난 마라토너처럼,
나도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지쳤다.
지금이라면 그동안 못 누린 자유를 맛 봐도 괜찮지 않을까?
뭐든지 다 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여지껏 공부 자체가 목표였기에 다른 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친구의 추천으로
웹툰과 소설을 보기 시작했다.
영웅과 악당이 싸우고, 호랑이가 사람으로 변하고,
마녀로 몰린 여자가 사형 당한 뒤 시간을 되돌가는 등.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연애소설이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 중에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연애를 말할 정도로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좋아할까? 뭐가 그렇게 예뻐 보일까?
19년차 모태솔로는 그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꾸밀 줄조차 모르는 평범에 가까운 사람은,
논밭의 허수아비보다 매력이 없어보이지 않을까?
원래 처음은 미숙한 거라지만, 시작이 너무 늦었다.
옷은 편하면 그만이었고, 신발은 운동화면 충분했다.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었는데, 연애를 하려니 이게 걸렸다.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구나, 그래도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지 고민했다.
다행히 세상에는 메이크업샵이 있었고,
스타일링 구독 서비스가 존재했으며,
주변에는 연애를 많이 해 본 친구들이 함께했다.
그들은 나의 얼굴을 꾸미고,
외면을 깔끔하개 만들어줬으며,
경험담으로 연애에 대한 환상을 깨줬다.
매력 어필은 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매력을 깎아먹는 사람들보다는 좋았던 걸까.
같은 학원에 다니던 여자아이와 친해질 수 있었다.
어느정도 가까워지고 내가 너무 빠져버렸는지,
만날 때마다 시간은 쏜살처럼 지나갔다.
집에 데려다주고 뒤도는 순간부터 보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썸이라고 하는 사이일까?
그러나 네 생각을 모르는 나는 불안해졌다.
혹시 나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방적으로 애정을 갈구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 혼자만의 사랑일까봐 조급해졌다.
변해버린 내 행동이 부담된다고 말하던 그녀였지만,
내 생각을 알았던 건지 밀어내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너는 항상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먼저 물어봤다.
"우리, 무슨 사이야?"
말문이 막혔다.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썸인가 짝사랑인가 확신이 없던 나는,
머릿속에서 적당한 말을 찾아봤지만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몰라, 근데 너랑 사귀고 싶어"
만나자는 애매한 말로는 전해질 것 같지 않아서,
사귀자는 말로 확실하게 사이를 정하고 싶었다.
너는 이유는 묻지 않았다.
한참이나 티를 냈으니 아마 알고 있었을 거다.
한쪽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더라도, 상대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 이야기는 아니었다.
처음이니 실수도 있었고, 싸우기도 했지만
여전히 잘 만나는 우리는, 예쁘게 사랑하고 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궁금증이 없어졌어도 상관없다.
너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우리의 미래가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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