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로 시작했던 연애의 끝.
3년이라는 시간을 알콩달콩 만났고,
진지하게 결혼을 입에 담을만큼 행복했었다.
천생연분, 운명, 끝사랑 정말 많은 말들이
우리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정도로 우리 둘은 잘 맞았고,
내가 졸업하고, 네가 4학년이 될 때까지,
연애기간 동안 싸움이라고 부를 것조차 없었다.
서로의 인생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바래서,
졸업 이후 예정된 유학까지 포기했고,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이는 잔고를 보며 꿈꾸던 미래가 있었음을
너는 알고 있었을까?
아마 평생 모를 것 같다.
너에게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저, 자연스럽게 실현될 거라 믿었던 일이었으니까...
쉬는 날이면 너를 만나고,
네가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노래방을 갔다.
친구들과 축가느낌의 노래만 주구장창 부르면서,
내 행복을 빌어주는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프로포즈조차 하지 않고 들떴던 내가 나빴던 걸까.
너에게 말이라도 꺼내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어야 했나.
우리의 관계가 엇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인간관계가 워낙 좋던 너는
주위에 남녀구분 없이 친구가 많았고,
그중에는 우리가 사귀는 걸 알면서도
네게 고백했던 후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단체로 해외를 갈 일이 종종 있던 학교,
많은 사람이 같이 가기에 불안한 마음은 없었지만,
네 옆에 그 후배가 앉아서 간다는 말에 속이 탔다.
너는 웃으면서 걱정말라고, 자기를 못 믿냐고 했지만,
그 후배에 대한 신뢰는 전혀 없었기에 보내기 싫었다.
네게 차이고도 친구라는 위치에 남아있는 그 녀석은
언제든지 고백을 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으니까.
해외로 한번 나가면 돌아오기까지 1주일,
돌아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같이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며,
신경을 끄려고 노력했다.
네 손에 로밍이라도 쥐어줘야 했을까
아니면 휴가를 핑계로 따라갔어야 했을까
적어도 우리 사이를 아는 후배에게 연락해서
네가 뭘 하는지 물어봤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귀국하는 날에 맞춰 마중을 나가려 했을 때,
너는 한사코 거부를 하며 나중에 보자고 했다.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네가 피곤하다는데 억지로 불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고,
초조한 마음에 허락없이 너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아파트 현관에 다다르고 너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만,
얼굴은 다른 남자와 포개어져 볼 수 없었다.
그 후배였다. 절대로 걱정할 일 없을 거라던 그 후배.
둘이서 얼굴을 겹치고 무슨 짓을 그리도 열심히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친구로는 안 보일 듯 했다.
내가 없는 시간에 다른 사람을 채우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내가 필요 없어진 거라고 생각하면 편해질까.
하루종일 너를 생각하며 같이 하려던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다 소용 없어진 거구나.
둘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싫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 미친 듯이 달렸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힘없이 누워서 그대로 잠이 들고,
다시 일어나서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울었고, 얼만큼 너를 원망했는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전화는 아니더라도 네게서 문자 하나는 있을 줄 알았는데,
그조차도 욕심이었는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헤어지자는 말이라도 해줬다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미친듯이 슬펐겠지만, 집 앞에 찾아가지는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둘이서 입술을 맞대는 장면은 보지 않았을 텐데,
심장이 찢어지는 느낌이 뭔지 실감이 났다.
그 뒤로 너에게 연락이 닿는 일은 없었고,
잠수이별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내가 보았을 그 광경을 모를 테니,
지금도 마음 편히 지내고 있지 않을까.
바라건데, 너의 행복이 길지 않기를 빈다.
네가 그와 함께 보낼 시간의 끝도
나처럼 불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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