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 아직 대학생 과잠도 벗지 못한 시기.
우리 아빠는 나와 엄마를 두고 갑작스레 떠나버렸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도,
병원으로 달려갈 때도 거짓말 같았다.
죽지는 않았겠지, 조금 많이 다쳤을 뿐이겠지.
초조한 마음에 휴대폰만 챙겨서,
집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빠르던 KTX가 왜 이렇게 느린지,
대학은 왜 이렇게 먼 곳으로 와서 집도 빠르게 못 가는지,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곳은 병실이 아닌 장례식장이었다.
왜 그렇게 모여들 있어?
아빠는 어디 있는데?
엄마, 왜 주저앉아 있어?
아빠의 직장 동료분들이 잔인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가셨단다."
생각보다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기분은 담담했고,
직장 동료분께 아빠의 사고 이야기를 다 들었다.
공사장 추락사고.
빗물이 덜 마른 철근 위를 걷다가
3층 높이에서 미끄러졌단다.
머리부터 떨어져서 목이 꺾인 것 같다고 했다.
그날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그냥 잤다.
엄마를 데리고 돌아오는 동안 눈물이 울컥했지만,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다음날 다시 찾은 장례식장에는 아빠 이름이 있었다.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사진과 주위의 국화,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엄마와 상주복을 입은 나,
그럼에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빠가 보고 싶어 영안실로 찾아갔다.
직원분께 잠시만 나가달라고 하고 가까이 다가가니,
아빠가 맞았다. 주말에 소파에서 자던 그 모습이었다.
분명 익숙한 모습인데, 우리 아빠 같지가 않았다.
곤히 자는 것 같아 깨우려고 불렀는데,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순간부터 잡지 않게 된 손도 잡아보고,
가족을 위해 땀 흘린 얼굴도 만져봤다.
따뜻하던 그 온기는 어디로 가고 이리도 차가울까.
베개도 없이 차가운 철판 위에 누운 모습에
다시금 눈물이 나오다가, 아무렇지 않기를 반복한다.
다음날 수의를 입혀드리고, 관에 넣을 때까지
나는 밥도 잘 먹었고, 아무렇지 않았다.
무덤을 파서 그 위에 흙을 뿌리고,
관이 묻혀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내가 뭘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아빠는 집에 가면 있을 건데,
학교 수업 팽개치고 뭐하러 왔냐고 하다가도
오랜만에 왔으니까 외식하자며 나갈 준비를 할 것 같은데,
하루종일 찾아다니고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고,
어디를 가야 볼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무덤은 우리 아빠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가고 싶지도 않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밥은 잘 넘어가고, 생각보다 슬프지 않고 괜찮게 살고 있다. 그냥 아빠가 일터에 나갔을 시간대에 내가 온 것 같아서,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나쁜놈인 걸까
모두가 슬퍼하는 순간에 슬프지 않고,
죽은 건가 싶으면 울컥하다가도 다시 아무렇지 않아진다.
그래서 아빠에게 미안하다. 난 불효자인가 보다.
내가 이상한 게 맞는 것 같다.
'비전공자의 작문공부 > 이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았던 가출 썰 (0) | 2022.03.11 |
---|---|
철없던 시절 멀어진 절친 이야기 (0) | 2022.03.08 |
연락 문제로 싸운 연인과 이별 (0) | 2022.03.06 |
군대에 있을 군화에게 말하는 이별 (0) | 2022.03.05 |
먼저 떠난 우리 강아지 (0) | 2022.03.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