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에게는 정말 미안하오. 이렇게 편지로 유언을 남기고 가는 나를 용서하지 마시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정말 잘 살아 볼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소.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오. 몇 개월간 고민 해봤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어보이니, 살아갈 힘이 없소. 나는 세상을 살아갈 가치도 없는 인간이 맞는 것 같고, 짐을 당신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오.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난 뒤로, 하루 빨리 저세상으로 떠나버리고픈 마음 밖에 들지를 않소. 아직 더 자라나야 할 우리 아이들, 이런 나랑 만나 힘들게 살고 있는 당신에게는 한없이 미안한 말이지만, 언제까지 어렵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소.
가기 전에 내 짐은 모두 떠안고 떠나려고 발버둥을 쳐봤소. 은행 대출 천 백만원, 카드값 이백만원, 야근을 한다고 말했었지만, 이 빚들을 갚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소. 그럼에도 큰형님께서 보증을 서준 이천오백만원을 아직 다 갚지 못했소. 똑같이 어려운 처지에 힘을 보태주었던 큰형님, 그리고 형수님께는 정말 미안하오.
서랍을 열어보면 보험서류가 있을 것인데, 다 당신이 받게 될 것이오. 그걸로 새사람을 찾아 떠나든, 우리 아이들을 혼자 키우든, 선택을 존중하겠소. 만약 큰형님이 찾아오거든 이 유서를 보여주시오. 다 내가 잘못했고, 마지막으로 이사람에게 행복을 선택할 권리를 준 것이니, 큰형님은 아우의 마지막 뜻을 따라주면 고맙겠소. 남은 빚은 내가 뭐라 할 말이 없소. 책임감 없다고 욕해도 좋으니, 나를 원망하시오.
그리고 우리 아이들, 00, 00이가 글씨를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꼭 알려주시오. 아빠는 너희를 사랑했노라고.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 속썩이지 말고, 시키는 거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 아빠가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언젠가 아빠의 빈자리 때문에 속상하고, 슬프고, 화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지. 그럴 때는 나를 원망하고, 엄마에게는 따뜻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미인하고, 또 미안하오. 형님에게, 형수님에게, 당신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모두에게.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속죄하오. 그러나 살아갈 힘이 없으니, 눈을 뜨는 매일이 고통이고, 슬픔이오. 다음생이라는 게 있다면, 그때는 꼭 웃으며 볼 수 있기를, 그런 욕심을 안고 가겠소. 사랑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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