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비전공자의 작문공부29 연락 문제로 싸운 연인과 이별 학창시절을 함께 하던 너와 헤어졌다. 연락 문제였다. 열다섯살부터 스무 살이 되는 올해까지 5년을 사귀었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귀기 전, 좋아한다고 표현을 마구 날리던 때가 있었다. 잘해줄 테니까 사귀자는 고백을 받은 뒤로, 몇 달 동안은 기쁨에 겨운 날들이 반복되기도 했다. 하루하루 너와 연락하는 시간이 행복해서, 점점 더 너에게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연인 사이의 연락 문제가 이별 사유가 될 줄은. 골머리가 썩고, 눈물을 흘리고, 그러다가 포기하고, 결국 너를 놓아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는 나보다 친구가 더 우선이었다. 그 다음은 자신이었고. 친구들과 PC방을 가면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집에서 티비를 볼 때는 저 멀리 방치해두고, 카톡.. 2022. 3. 6. 군대에 있을 군화에게 말하는 이별 어느새부터 우리의 대화에서 질문이 줄어들었다. 매일 전화를 걸지만, 정적이 차지하는 시간이 늘었다. 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군대이니, 지금은 네 일상이 짐작이 간다. 특별한 일이 자주 생기지도 않으니, 너도 할 말이 적어졌나보다. 가끔은 신나서 혹은 풀이 죽어서, 길게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미안하다. 겪어본 적이 없으니 공감을 해주기가 어렵다. 뭐라고 반응을 해야 네가 좋아할까. 조언을 바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힘내라고 하기에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말이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 실망하고 있다면 미안하다. 한 번은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를 늘어놔봤다. 뭔가 재미가 없다고 해야할까. 옆에서 들려주는 것과는 달랐다. 서로 보면서 대화할 때는 경청이.. 2022. 3. 5. 먼저 떠난 우리 강아지 내년이면 10살, 어느덧 인생의 반을 함께 했구나. 처음 집에 데려왔던 쪼꼬미 시절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네발로 기는 것조차 낑낑 소리를 내던 게 엊그제인데, 어느새 이렇게 나이가 든 노견이 되었을까. 뛰어놀기 좋아하던 활기찬 너였는데, 어느순간부터 잠을 자는 시간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색이 바래지는 털을 보면서 늙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렇게 실감을 하고 있으면서도, 갑작스럽게 이빨이 빠졌던 날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너를 안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딘가 아픈 게 아닐까. 내가 잘 돌보지 못해서 조금 더 쓸 수 있었던 이빨을 버리게 된 게 아닐까. 의사 선생님은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셨지만, 나에게는 건강을 잃어가는 네가 낯설었다. 노화는 점점 더.. 2022. 3. 1. 우리 가족 봄날이 봄날아. 19년, 이게 뭘 의미하는 숫자인지 알겠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자 네가 살아온 햇수야. 나에게는 처음 생긴 친구였고, 사랑하는 가족이기도 했지. 내 인생의 대부분을 같이 보냈기에 네가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믿고 싶지도 않아. 살아온 세월에 비해서 건강해보여서 마음의 준비도 못했는데, 그게 다 내 욕심이었나봐. 지금까지 버틴 게 기적이었다 그러네. 언제나 내 옆에서 자다가, 아침이 되면 반겨주는 너였는데, 어쩐 일로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가 했어. 가끔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안일했다. 그날 밤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쓰다듬어 줄 걸. 나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던 애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얼굴 한 번 안 비치는 게 이상했어. 외롭게 잠들어 떠나기 전.. 2022. 2. 27. 끝나버린 친구사이 몇 년간 담아왔던 마음을 표현했음에도 드러난 건 조막만한 티끌 정도라 할 말이 많다. 그렇다고 말로 하기에는 뒤죽박죽이 될 것 같아 고심하다가 결국에는 편지로 전하려 한다. 널 처음보게 된 1학년, 중학교에 입학해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가시기도 전이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며 한명씩 자기소개를 했을 때, 그 때부터 너를 좋아했다. 내 눈에만 그랬던 건 아닌지, 네 주변에는 친구들이 항상 넘쳤던 걸로 기억한다. 적당하게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라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질투를 많이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더 가까워질 방법을 고민하다가 관심도 없던 독서동아리에 들어갔다. 네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짝사랑이 맞사랑이 되었으면... 그런 상상을 자주했다. 친구로 대하는 것도 이렇게 설레는데, 그 이상은 얼.. 2022. 2. 15. 3주년 선물은 이별 3주년 선물은 이별이었다. 얼마 전부터 만나는 날마다 어두워 보이던 네 표정. 별일 아니라며 말을 자꾸 돌리는 너였지만, 내가 계속해서 물으니, 울음을 터뜨리며 이별을 고했다. 시간을 갖거나 같이 해결해 보려는 생각은 없었던 걸까. 나랑 있으면 좋지만, 자기가 원하는 설렘은 느껴지지 않는단다. 모난 구석 없이 어디가서 자랑할만한 사람이지만,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서 연애하는 기분이 아니라고 했다. 비수를 수도 없이 꽂고 돌아서는 너였지만, 그 모습마저 참 예뻤다. 어지간한 다툼이나 문제는 금방 풀던 우리였지만, 이번만큼은 해결할 수 없었다. 이미 마음을 정리한 너는, 모든 연락과 대화를 피했고, 나는 그때마다 이별을 실감하며 휴대폰을 내려놨다. 3년 동안 이별 위기조차 없던 우리는, 그렇게 일주일만에 헤어.. 2022. 2. 12.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