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사례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없었기에 세상에 알려진 것이죠. 그렇다면 최악의 사례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으며,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까요?
군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와 제대한 군인들의 이야기들을 모아 재구성 해보았습니다. 보면서 화가 나시더라도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임을 알려드립니다.
1. 군 의문사란 무엇일까?
의문사라고 하면 보통은 원인을 모르는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군에서는 의미가 살짝 다릅니다.
구타와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 자살 등 사망의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의문사란 무엇일까요?
군 수사기관이 결론을 냈는데, 그것을 유족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없으면 의문사입니다. 정확히는 사망 사실에 대해 합당한 의문점이 있으면 의문사라고 부르죠.
막연하게 '우리 아이가 그럴리가 없어!'라고 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둔기에 맞아 숨진 흔적이 있는 아들이 자살로 판명이 난 경우, 자기 자신을 죽을 정도로 쎄게 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누군가가 때렸다고 생각하게 되겠죠. 이럴 경우 유족이 자살이라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으면 의문사가 됩니다.
2. 가족 가슴에 대못 박기
‘자해로 사망한 군인에 대해선 그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 문장은 부대관리 훈령에 실제로 있는 문구입니다.
저 말이 어떻게 가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지 당신이 자살을 했다 가정하고 설명드리겠습니다.
당신이 군에서 죽게 되먄 국가는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입영 시켰는데, 스스로 죽었다면 신체검사가 잘못 되었거나 군의 관리 소홀이니까요.
가혹행위나 부조리로 자살을 했다는 것을 지휘관이 조사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 그대로 밝히자니 군의 이미지 하락과, 지휘관 본인이 받을 처벌이 눈에 아른거리겠죠?
그런데 어라? ‘자해로 사망한 군인에 대해선 그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있네요? 정확히는 군대에서 발생한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자살을 했다면,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지휘관은 결심합니다. '그래! 다른 원인을 찾아보자!' 당신의 기록을 훑어봅니다. 이혼가정은 아닌지,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은 아닌지, 가정 경제가 힘든 것은 아닌지. 뭐든 좋습니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려버리면, 본인은 책임이 없거든요.
물론 개인적인 이유로 자살을 선택 했을 수는 있지만, 아닌 경우는 의문사가 되어버립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이병이 한명 있었습니다. 공부도 잘해서 영재라는 소리 좀 듣던 친구였죠. 100kg가 넘는 체구인데, 입대를 하고 대대장에게 30kg를 빼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배식양은 줄여졌고, 뜀걸음을 남들의 3배를 하게 되었죠. 착한 이병은 묵묵히 따랐습니다. 늘 땀에 젖어있던 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요. 하지만, 문제는 더 남아있었습니다.
시력이 아주 나빠서 표적지를 보지도 못했고, 수전증까지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사격 성적이 좋을리가 없던 이 아이는, 사격을 못한다, 뚱뚱하다, 바보 취급에 놀림까지 받다가 결국 자살을 하게 됩니다. 30발을 쏘고 나서 31번째는 자기 머리에 쏜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군대를 가게 된 게 신기하나요? 군인 수를 맞추기 위해서 신체판정 등위를 엄청 완화한 결과입니다. 아마 2000년대 초반이었다면, 현역으로 복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군 헌병대에서는 이병의 사망 원인을 ‘지휘관들의 무리한 요구와 관리 소홀’로 보고 육군참모총장에게 순직 처리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기각되었죠. 이병이 죽은지 3년째 되는 날 나온 결론이었습니다.
원인이 뭐였을 것 같나요?
이병이 죽기 며칠 전 죽음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는데, ‘중2 때, 고1 때… 대학 1, 2 때도 허무했지’라고 썼거든요. 이걸 근거로 부대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자살을 생각해 왔으니 군의 책임이 아니라고.
이렇게 당신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가정문제, 개인문제를 원인으로 자살했다고 통보됩니다. 군대에서 생긴 원인은 죽음을 촉발 시켰을 뿐,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면서요.
3. 당신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
그런 거 없습니다. 자살이나 자해로 죽으면 ‘비전투 손실’로 처리합니다. 그냥 총 인원에서 ‘마이너스 1’이예요.
국방부에서 사인을 조사할 때, 누가 방아쇠를 당기고, 누가 줄을 맸느냐를 기준으로, 자기 손으로 했으면 자살이라고 규정합니다. 다만 자살의 계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지휘관의 처벌여부가 달라지죠.
4. (드물게)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
이런 경우가 없으면 좋겠지만, 사례가 있기에 드물게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자살로 인정하고 조용히 장례 치르면 ‘순직’ 처리 해주겠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하고 나면 그 뒤론 아무도 연락하지 않고, 연락해도 받지를 않고.
그제서야 속았다는 걸 깨닫지만 이미 군에서는 책임을 다 벗어 던진 이후입니다. 결국 시키는 대로 했던 가족끼리, 서로를 원망하고 증오하게 됩나다. 죽은 당신이 살아돌아 올 일은 없으니, 평생동안 말이죠.
곧 군대를 갈 분이 계시다면 자기소개서에 오점을 남기지 마십시오. 가정은 평안하고, 이성과도 문제가 없으며, 정신적인 힘듦도 없다고 하십시오. 물론 죽을 생각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사람이 한결 같은 마음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앞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고도 해결이 안되면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이 글을 읽고도 죽음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같이 슬퍼하고 분노할 테니 살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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