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이제 헤어지자"
내가 연애를 시작하고 3주년이 고작 지났을 무렵 일이었을까. 차가움조차 느껴지지않는 무감정한 얼굴로 그 말만을 내뱉은 너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어.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에서 네가 많이 생각하고, 힘겹게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래서 잡을 수 없었어. 사람이 많이 없던 카페에는 우리의 대화 끝나니 조용했었지. 방금 나왔을 커피는 어느새 내 마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렸어. 네 입장을 이해하려 했고, 이제는 이해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난 몰랐어. 너는 내가 어떤 행동을 했어도 이해해주었고, 싫은 얘기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어. 사귀기 전 기억나? 봄날 혼자 공원 벤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학교에서도 인사만 하고 지나가던 네가, 먼저 다가와서 왜 혼자 앉아있냐며 같이 놀자고 내 옆에 앉아 조잘조잘 떠들었지. 그 뒤로 매일 같이 해가 지고, 네가 공원에서 놀고 있던 동생을 챙기고 가버린 후,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집에 돌아가곤 했어. 너와 한 얘기가 생각나서 집에서 밥을 먹다가도 피식피식 웃고는 했지. 그땐 눈치가 없어서 네가 나를 좋아하는지 잘 몰랐어. 너는 아직 무르익지 않은 열여덞 살의 나에게 '앞으로도 이렇게 웃으면서 만나자'라고 고백해줬고, 나는 너무 놀라서 대답도 못했었네. 너는 나를 좋아했었어.
그 뒤로 난 너만 보면 숨었었어. 대답을 해야할까봐. 친구랑 둘이 다니다가 너를 보았을 때도 숨어버렸지. 친구가 눈치채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리기도 했지만 내심 좋았었다?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면서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해줬어. 부끄러워서 숨었을 때는 찾아와서 말해주기까지 하면서. 하지만 가끔은 내가 먼저 말하기도 했었지. 너는 그런 날엔 어김없이 안아주었어. 그럴 때면 나는 교실로 뛰어갔었던거 기억나? 너는 웃으면서 뭐라고 소리쳤었지.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면서도 부끄러워서 너를 보지 않았었어. 남들이 다 보더라도 너에게는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그 놈의 부끄러움이 뭐라고 그랬을까. 하지만 나도 너를 좋아했었어.
내 사랑엔 물음표가 많았어. 어떻게 이렇게 예쁠까. 왜 너는 그렇게 사랑스러울까.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어떻게 너를 더 사랑할까. 이 간단한 물음을 잊어버린게 언제일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날, 우리는 수능이 끝나고 만나자고, 가끔 연락만 하자고 했던거 기억나지? 처음에는 힘들고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적응되어가기 시작했어. 그렇게 내 머릿속의 물음표도 조금씩 잊혀져갔지. 이것만큼은 잊어서는 안됐는데 말이야. 그렇게 '너를 사랑하는 법'은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어.
수능을 마치고 내 품에 뛰어와 정신없이 우는 너를 말없이 안아주었지만, 그 때 내 표정을 보았다면 네가 더 외롭고 괴로워지기 전에 우리관계를 끝낼 수 있었을까? 너는 대학에서 떨어졌던 슬픔보다 나의 무관심이, 사라진 애정을 실감했던게 더 힘들었다 했어. 그 뒤로는 뻔했었지. 마음이 아직 남은 너는 사랑이 식어버린걸 알면서도 나를 계속 만났던거야. 거기까지 이야기를 토해낸 너는 말이 없었어.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었어.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기보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너가 마냥 원망스러워서.
그 뒤로 나는 말그대로 죽은 듯이 집에만 있었어. 꺼진 장판위에서 퉁퉁 부은 눈을 비비고 이젠 없는 너와의 카톡을 보면 가슴속에서 뭔가가 올라와 눈가의 붓기가 빠질 날이 없었어. 나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 너가 마주했을 외로움을 느끼며, 마음이 너무 아팠어. 장판이 꺼져있는 방 안은 겨울바람에 차가워졌지만, 그 추위조차도 너가 느꼈을, 그리고 내가 느끼는 외로움보다 시리지는 않았어.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린거야. 우리에게 찾아왔던 봄날에 생각한 '너를 사랑하는 법'. 너와 함께 보낼 시간을 생각하며 보낸 소소한 연락들,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을 날들을 놓아버린게 나라는 것, 변해버린 나에게조차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사랑한 너라는 여자를.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찾아오지않을 봄이겠지. 나를 위해서 청춘을 바친 사랑스러운 너라는 여자를 다시 만나기에 나는 너무 바보같으니까.
다시 누군가를 만나 행복하게 지낼 너를 생각해. 여전히 꽃처럼 아름다울 너, 나 때문에 잃어버린 너의 청춘. 속죄하는 마음으로 네가 행복하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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