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시에 군대에서 죽는 건 정말 헛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고 싶다면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은 알고 있는 게 좋겠죠? 지금부터 보실 이야기는 본인의 죽음이 묻히지 않고 보고가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일입니다.
당신이 부조리와 괴롭힘으로 자살을 했다고 칩시다. 자기 선에서 해결하고 싶은 지휘관은 없을 겁니다.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되는데, 죽은 사람 목숨에 책임을 질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결국 헌병대와 안보대에서 출동을 합니다. 순서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1. 자살직후
본인과 조금 떨어진 타대대나 연대는 마음의 편지로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합니다. 평소에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식으로 괴롭혔는지, 낱낱히 적으라고 시켜요. 이 시기에 적힌 부조리나 하극상은 지휘관에게 100% 들어가서 어지간하면 묻히지 않습니다.
효과가 가장 강력하죠. 적었다는 것을 들키면 동기나 선후임에게는 폐급 취급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지휘관이 정상이라면 오죽하면 적었을까라고 생각 하는게 요즘 마편입니다. 엄하게 다스릴 경우 가해자는 군기교육대(옛 영창)로 보내져서 군 복무 기간이 늘어나게 됩니다.(본인의 자살과 상관없는 타부대의 마편임에도 이정도의 위력입니다.) 눈이 많이 와서 교통이 마비되지 않는 이상 작업은 다 없어지고 이 조사가 우선시 됩니다.
그 다음, 자살예방교육이라고 해서 정신교육 실시하는데, 밤샘 근무로 인한 취침, 기타 등등의 사유로 인한 열외는 없습니다. 모든 용사들이 모여서 들어야만 하는 교육입니다. 역시 작업은 후순위로 밀립니다.
그러면 이제 본인의 부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볼까요?
어디까지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것이니 과장이나 축소, 은폐, 왜곡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당신의 부대에 헌병대 간부들이 방문합니다. 평소에 누구랑 같이 다녔고, 어떤 대화를 했고, 괴롭힘이나 부조리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을 보거나 듣거나 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을 합니다.
누구에게 할까요? 중대의 모든 인원입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간부들도 포함입니다. 병사관리 소홀로 어떻게든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과격한 헌병대 간부님이 오신다면 아무나 붙잡고 자백해라고 생사람을 잡는 경우도 있다지만, 아직은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자살할 때 유서에다가 김xx, 박xx 이 새끼들이 집요하게 괴롭힘! 이렇게 적어두시고 그게 발견이 된다면 생사람 잡을 일이 없죠. 애초에 가해자를 조지기 위해 온 분들이라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일처리가 빨라집니다.
헌병대나 안보사는 어지간하면 당신의 상급부대에 속하는 곳이기 때문에, 출동만 했다면 당신의 자살은 묻힐 수가 없게 됩니다. SNS로 먼저 소식이 퍼지거나, 본인의 주변인이 뉴스에 밝혔는데, 몰래 처리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군의 이미지가 실추되니까요.
2. 가해자의 처벌
다시 돌아와서, 괴롭힌 사람들에게는 빨리 자백하라고 자수기간을 줍니다. 실제로 자수하는 사람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집요하게 폭언과 욕설을 했던 사람이 9박 10일 영창을 받았다네요. 자수를 해서 그랬는지, 지금보다 부조리와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약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수기간을 놓친 사람들은 주도자와 함께 육군교도소부터 14박 15일 영창을 두번 다녀온 사례도 있습니다. 참고로 육군교도소는 징역형을 받아야 가는 곳입니다. 얼마나 받아야 가는지 기준은 잊어버렸지만 아마 당신이 만족할 수준은 아닐 겁니다. 법과 감정은 거리가 멀거든요.
3. 가해자가 처벌되기까지의 과정
잠을 안 재우고 매우 시달리게 해서 자백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분도 있는데, 아무튼 그렇게 주도자가 나오면 어떻게 진행이 되느냐? 잡아서 사단 법무부 취조실 같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군대는 생각보다 병과가 다양하고, 법무처리가 가능한 병과도 있습니다. 변호사 자격도 가지고 있는 분들.)
잡혀 온 주도자는 취조실로 입장하자마자 굉장히 쎄게 압박을 받게 될 것입니다. '너 같은 놈은 교도소로 직행 해야 해. 봐주는 거 없어.' 이런식으로 마치 100% 교도소를 갈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설마가겠어 하는 마음으로 껄렁거린다면, 주도자를 대신해 싹싹 빌어줄 지휘관들도 쉴드 안 쳐줘서 정말 가게 되겠지만요.
하지만 정말 심각한 부조리와 괴롭힘을 자행한 사람에게는 압박도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질문하고, 듣고, 쓰고, 무덤덤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듯이 진행합니다. 눈 앞에 쓰레기를 칠 수는 없으니, 빨리 끝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겠습니까.
조사를 마치면 형량이 결정나는데, 영창의 경우에는 중위~대위 정도 되는 법무장교님이 형량을 결정합니다. 영창은 중대에서도 결정이 가능하지만, 앞서 말했둣이 본인의 선에서 해결하려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영창은 최소한의 벌인데, 중대에서는 가장 큰 벌이거든요.
부대에서 14박 15일을 보내달라해도, 법무장교님이 결정하는대로 형량이 나옵니다.
근데 만약 재판으로 넘어가면 '미결수'라고 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상급부대의 영창(현 군기교육대)같은 곳에서 대기를 하다가 재판을 받고 교도소로 이송됩니다. 판사는 소령급 이상(확실하지는 않습니다.)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죄가 없으면 일단 미결수로도 안 되었겠지만요.
군대에서 빨간줄이 그이고, 영창을 간 인원은 살았다는 생각을 할 때 부대에 또 변화가 찾아옵니다.
4. 해당부대 간부
자살을 하게 되면 중대장, 행정보급관, 소대장이 차례로 피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소대장은 자기 소대가 아니거나, 전입 혹은 임관이 얼마 안 된 경우에는 책임이 줄어들게 됩니다. 소대장이 가해자가 아니라면 말이죠.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은 영향이 비교적 큽니다. 특히 중대장은 병력관리 소홀로 진급이 멀어지며, 최악의 경우는 옷을 벗어야 합니다. 행정보급관은 불리함을 감수하고 준사관 시험을 통해 진급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아직 들은 바가 없습니다.
대대장의 경우도 아예 옷 벗는 경우도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으신데, 지휘관 미래까지 생각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1303이나 국민신문고, 연대급 이상의 마음의편지, 헌병대, 상급부대 지휘관에게 직접 전화, 부모님이 지휘관과 통화하는 등의 방법을 다 쓰고도 안 될 때, 마지막으로 자살을 떠올려주셨으면 합니다.
5. 사후 진행
이제 칼바람이 한 번 불고나서, 선임이 후임을 함부로 건들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부조리로 찍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하극상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네요. 약 2달정도 이런 사태가 이어집니다. 자살예방 교육은 약 3달, 주마다 짧게라도 실시한다고 합니다.
6. 마무리
당신의 자살로 인해서 여러 사람이 많은 일을 겪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군대의 문화도 바뀌겠죠. 대표적으로 동기생활관이 있습니다.
그래도 죽는 건 다시 생각해보세요. 멕시코인이 한국인에게 이런 말을 했답니다. 너를 열받게 하는 상사를 죽여야지 왜 네가 죽냐. 맞는 말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복수할 무수히 많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물며 군대 안에서도 있을 수도 있죠. 살아서 가해자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며 웃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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