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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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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13

군화의 불안 고등학생 때 시작한 연애가 4년을 넘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아무 문제 없던 우리가 헤어지게 될 줄도... 다른 대학을 가게 되었을 때조차도 다툼 없이 잘 사귀던 우리인데, 네가 군대를 가고, 대화가 부족해지니 점차 문제가 터져나왔다. 예전처럼 힘들지도 않고, 휴대폰도 있고, 휴가도 자주 나올 수 있으니까 같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입대 초반에는 괜찮았다.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울기도 하고, 서로가 옆에 없는 동안에 보내는 일상이 어떤지 이야기 하느라 할 말도 많았다. 첫 휴가 때는 정말 한치도 떨어지지 않았고, 복귀하는 날에는 너에게 안겨서 몇 시간을 보내고서야 놓아줄 수 있었다. 위병소 앞에서 네가 사라질 때까지 보고서야 발걸음이 떨어지고, 집에 .. 2022. 8. 27.
해도 뜨고 그래서(비도 오고 그래서 오마주) 해도 뜨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지금은 장마철이라 볕 볼 일이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매일 비만 내리는 것도 아니더라. 그래서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나나봐. 네가 날 칭찬하던 말에는 늘 해나 빛이 따라왔으니까. 간만에 보는 태양에서 너를 생각하게 되는 건가봐. 일부러 너와 주고받은 편지를 찾아봤어. 이걸 아직도 품고 있다는 게 이해되진 않겠지만, 가끔 추억에 잠기고픈 날에는 펼쳐보고 싶거든. 그래서 이 비가 그치지 않았으면 해. 네 생각에 잠겨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 해. 가장 맑은 날의 태양을 보고 너를 떠올려서, 집안에 들어와 네 흔적을 들춰보지 않았음 해.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다시 비가 내릴 거고, 그러면 한동안은 또 네 생각이 나지 않겠지. 벌써부터 장마가 끝나는 그 날이 무서워. 우산 아래에서.. 2022. 7. 17.
유일한 관심사가 자살이라 동생아, 아직 경험할 게 많은 너는 보람 있게, 행복하게 살다가 따라오렴. 먼저 가버리는 못난 형이 할 말은 아니지만, 세상은 신기한 것들이 많단다. 그러니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고, 체험했으면 좋겠어. 그중에서 네가 호기심을 느낄 요소도 있을 거야. 어쩌면 흥미있는 분야가 생길지도 모르지.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될 지도 몰라. 아주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실패를 할 수도 있겠지. 가끔은 눈앞의 일을 처리하느라 급급해서 섣부른 판단을 내릴수도,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었던 성과도 놓치게 될 수 있어.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분야에서 노력만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도 있을 거야. 멀리 .. 2022. 4. 4.
16살의 중학생의 자살 이유 사람이 너무 슬프면, 미소를 지으면서 가면을 쓰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싶던 적이 없었고, 알게 될 줄도 몰랐어. 인생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데, 보통 비극에도 좋은 일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잖아. 근데 살아보니까 나쁜 일만 반복되더라도 비극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 갑자기 이런 글을 보게 되어서 당황스러울려나? 근데, 나 정말 살기 싫었어.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이 기분을 이해할지 모르겠네. 구구절절 늘어놔도 공감은 못 할 거야. 엄마든, 아빠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거잖아. 그렇지? 제일 싫었던 건 가난이었어. 학교에 가면 교실 벽에 명언들이 몇 개 붙어있거든? 사람은 꿈을 크게 가질수록 좋대. 이룰 수 있냐없냐의 문제를 떠나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그만한 능력이 생긴다고 그러더라. 내 꿈.. 2022. 3. 27.
미안하오. 여보 여보 당신에게는 정말 미안하오. 이렇게 편지로 유언을 남기고 가는 나를 용서하지 마시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정말 잘 살아 볼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소.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오. 몇 개월간 고민 해봤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어보이니, 살아갈 힘이 없소. 나는 세상을 살아갈 가치도 없는 인간이 맞는 것 같고, 짐을 당신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오.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난 뒤로, 하루 빨리 저세상으로 떠나버리고픈 마음 밖에 들지를 않소. 아직 더 자라나야 할 우리 아이들, 이런 나랑 만나 힘들게 살고 있는 당신에게는 한없이 미안한 말이지만, 언제까지 어렵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소. 가기 전에 내 짐은 모두 떠안고 떠나려고 발버둥.. 2022. 3. 20.
엄마, 나 죽을래 얼마 전에 유서를 쓰려고 찾아봤는데, 내 이야기가 있더라. '어른들은 모든 사물을 숫자로만 판단해요' '붉은 벽돌 창틀에 사기 꽃병이 놓인 집을 봤어요' 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 하면, 이해한다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닭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었어요' 하면, 관심도 없지만, '새로 사귄 친구 아버님의 월급은 1만 프랑이고, 그 아이는 8만 프랑짜리 집에 살아요' 하면 귀 기울여 듣는다고. 어린왕자에 정말 그런 내용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엄청 공감해. 친구를 사귀었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묻는 게 다 그 모양이었잖아. '공부는 잘하니?', '학원은 다니니?', '몇 개나 다니는데?' 내 친구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기준이 다 그랬잖아. 차라리 착한 애인지..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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