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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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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2

스물세 살, 아빠의 장례식 스물세 살, 아직 대학생 과잠도 벗지 못한 시기. 우리 아빠는 나와 엄마를 두고 갑작스레 떠나버렸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도, 병원으로 달려갈 때도 거짓말 같았다. 죽지는 않았겠지, 조금 많이 다쳤을 뿐이겠지. 초조한 마음에 휴대폰만 챙겨서, 집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빠르던 KTX가 왜 이렇게 느린지, 대학은 왜 이렇게 먼 곳으로 와서 집도 빠르게 못 가는지,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곳은 병실이 아닌 장례식장이었다. 왜 그렇게 모여들 있어? 아빠는 어디 있는데? 엄마, 왜 주저앉아 있어? 아빠의 직장 동료분들이 잔인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가셨단다." 생각보다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기분은 담담했고, 직장 동료분께 아빠의 사고 이야기를 다 들었다. 공사장 추락사고. 빗물이 덜 마.. 2022. 3. 7.
부조리로 자살한 남친 이야기 (못 볼 사람에게 쓰는 편지) 남자친구가 죽었다. 며칠 전에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영정사진을 보고 절까지 했지만, 그냥 남의 장례식 같았다. 얼마 전에 싸우고서 연락도 잘 안 하고, 얼굴도 안 본 적이 있는데, 화해했던 건 꿈이고 지금도 싸우는 중이 아닐까? 등굣길이 너무 조용하고, 발걸음이 너무 무겁고, 휴대폰이 울리지 않아서 숨통이 조여온다. 고통은 모르겠다. 친구들은 나한테 괜찮냐며 물어보는데, 그냥 남자친구가 훈련소를 간 날처럼 지내고 있다. 2살 연상인 남자친구는 입대를 한 뒤에도 편입을 준비했다. 나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같은 대학에서, 같은 학년으로 만나자며 웃고 떠들던 게 몇달 전인데, 그 때 걷던 하굣길에는 이제 너가 없다는 게 달랐다. 함께 걸을 수 없는 이 길을 앞으로 몇 달이나 더 걸어야 한다는 ..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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