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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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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3

엄마, 나 죽을래 얼마 전에 유서를 쓰려고 찾아봤는데, 내 이야기가 있더라. '어른들은 모든 사물을 숫자로만 판단해요' '붉은 벽돌 창틀에 사기 꽃병이 놓인 집을 봤어요' 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 하면, 이해한다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닭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었어요' 하면, 관심도 없지만, '새로 사귄 친구 아버님의 월급은 1만 프랑이고, 그 아이는 8만 프랑짜리 집에 살아요' 하면 귀 기울여 듣는다고. 어린왕자에 정말 그런 내용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엄청 공감해. 친구를 사귀었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묻는 게 다 그 모양이었잖아. '공부는 잘하니?', '학원은 다니니?', '몇 개나 다니는데?' 내 친구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기준이 다 그랬잖아. 차라리 착한 애인지.. 2022. 3. 16.
자존감 낮았던 여친과 이별 SNS를 보면 그런 글들이 참 많다. 자존감이 낮아 만나는 사람마다 좋지 않게 헤어졌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은 끝까지 내 옆을 지켜줬다는 이야기. 그래서 알콩달콩 예쁘게 사랑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결말. 어렸을 때부터 읽어왔던 글이라, 시작부터 결말까지 다 꿰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1%의 이야기가 대단해 보이는 건, 그렇지 못한 99%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단지, 1%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을 바꾸는 것도,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모두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 함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별 게 아니었다. 항상 내 마음을 확인하려고 이런저런.. 2022. 3. 12.
호기심과 이별한 이야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OT를 기다리는 시기.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수능이 끝나니 기뻤지만, 결승지점을 지난 마라토너처럼, 나도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지쳤다. 지금이라면 그동안 못 누린 자유를 맛 봐도 괜찮지 않을까? 뭐든지 다 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여지껏 공부 자체가 목표였기에 다른 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친구의 추천으로 웹툰과 소설을 보기 시작했다. 영웅과 악당이 싸우고, 호랑이가 사람으로 변하고, 마녀로 몰린 여자가 사형 당한 뒤 시간을 되돌가는 등.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연애소설이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 중에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연애를 말할 정도로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좋아할까? 뭐가 그렇게 예뻐 보일까? 19년차 모태솔..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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