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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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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4

엄마, 나 죽을래 얼마 전에 유서를 쓰려고 찾아봤는데, 내 이야기가 있더라. '어른들은 모든 사물을 숫자로만 판단해요' '붉은 벽돌 창틀에 사기 꽃병이 놓인 집을 봤어요' 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 하면, 이해한다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닭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었어요' 하면, 관심도 없지만, '새로 사귄 친구 아버님의 월급은 1만 프랑이고, 그 아이는 8만 프랑짜리 집에 살아요' 하면 귀 기울여 듣는다고. 어린왕자에 정말 그런 내용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엄청 공감해. 친구를 사귀었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묻는 게 다 그 모양이었잖아. '공부는 잘하니?', '학원은 다니니?', '몇 개나 다니는데?' 내 친구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기준이 다 그랬잖아. 차라리 착한 애인지.. 2022. 3. 16.
자존감 낮았던 여친과 이별 SNS를 보면 그런 글들이 참 많다. 자존감이 낮아 만나는 사람마다 좋지 않게 헤어졌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은 끝까지 내 옆을 지켜줬다는 이야기. 그래서 알콩달콩 예쁘게 사랑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결말. 어렸을 때부터 읽어왔던 글이라, 시작부터 결말까지 다 꿰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1%의 이야기가 대단해 보이는 건, 그렇지 못한 99%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단지, 1%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을 바꾸는 것도,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모두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 함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별 게 아니었다. 항상 내 마음을 확인하려고 이런저런.. 2022. 3. 12.
짧았던 가출 썰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당시의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놀기만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평일에는 학교, 주말에는 친구들과 놀러나가는 평범한 아이였을 뿐이다. 학기 시작이 얼마 지나지 않아 3월 모의고사를 치렀는데, 그 시험은 곧 가출의 계기가 되었다. 중학생 때는 전교권에 머물던 성적이 중위권으로 떨어진 것이다. 부모님은 나를 앉혀두고 몇 시간을 꾸중하셨는데, 순간적으로 속에서 끓는 반항심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님께 대들었다. 결국 그로 인해 다툼이 발생하였고, 다음 날 가출을 실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가출을 감행한 날은 일요일이었다. 부모님이 교회를 간 사이, 가지고 있던 저금통과 할머니의 지갑에서 현금 몇 장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어딘가의 찜질방이라도.. 2022. 3. 11.
철없던 시절 멀어진 절친 이야기 "야, 꺼져라" 중학교 3학년, 네가 이사가기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왜 싸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 이후로 우리는 멀어졌다. 그때의 나는 다툼이 생기면 자리를 피하는 성격이었다. 치솟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하필 싸운 상대가 3년간 붙어다니던 너였다. 절대 떨어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너였다. 화해를 하려던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용기가 많이 부족했다. 서로 소심해서 먼저 말을 못 걸고 눈치만 보면서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 말을 걸지 않다니 내가 싫어진 게 아닐까?' 나와 성격이 비슷했던 너였으니까, 아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자기 비밀을 말해줄 정도로 친한 친구였는데, 몇 발짝 ..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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