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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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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7

군화의 불안 고등학생 때 시작한 연애가 4년을 넘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아무 문제 없던 우리가 헤어지게 될 줄도... 다른 대학을 가게 되었을 때조차도 다툼 없이 잘 사귀던 우리인데, 네가 군대를 가고, 대화가 부족해지니 점차 문제가 터져나왔다. 예전처럼 힘들지도 않고, 휴대폰도 있고, 휴가도 자주 나올 수 있으니까 같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입대 초반에는 괜찮았다.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울기도 하고, 서로가 옆에 없는 동안에 보내는 일상이 어떤지 이야기 하느라 할 말도 많았다. 첫 휴가 때는 정말 한치도 떨어지지 않았고, 복귀하는 날에는 너에게 안겨서 몇 시간을 보내고서야 놓아줄 수 있었다. 위병소 앞에서 네가 사라질 때까지 보고서야 발걸음이 떨어지고, 집에 .. 2022. 8. 27.
군대에 있을 군화에게 말하는 이별 어느새부터 우리의 대화에서 질문이 줄어들었다. 매일 전화를 걸지만, 정적이 차지하는 시간이 늘었다. 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군대이니, 지금은 네 일상이 짐작이 간다. 특별한 일이 자주 생기지도 않으니, 너도 할 말이 적어졌나보다. 가끔은 신나서 혹은 풀이 죽어서, 길게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미안하다. 겪어본 적이 없으니 공감을 해주기가 어렵다. 뭐라고 반응을 해야 네가 좋아할까. 조언을 바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힘내라고 하기에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말이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 실망하고 있다면 미안하다. 한 번은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를 늘어놔봤다. 뭔가 재미가 없다고 해야할까. 옆에서 들려주는 것과는 달랐다. 서로 보면서 대화할 때는 경청이.. 2022. 3. 5.
군화를 보러가는 곰신 이야기 남자친구가 죽었다. 며칠 전에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영정사진을 보고 절까지 했지만, 그냥 남의 장례식 같았다. 얼마 전에 싸우고서 연락도 잘 안 하고, 얼굴도 안 본 적이 있는데, 화해했던 건 꿈이고 지금도 싸우는 중이 아닐까? 등굣길이 너무 조용하고, 발걸음이 너무 무겁고, 휴대폰이 울리지 않아서 숨통이 조여온다. 고통은 모르겠다. 친구들은 나한테 괜찮냐며 물어보는데, 그냥 남자친구가 훈련소를 간 날처럼 지내고 있다. 2살 연상인 남자친구는 입대를 한 뒤에도 편입을 준비했다. 나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같은 대학에서, 같은 학년으로 만나자며 웃고 떠들던 게 몇달 전인데, 그 때 걷던 하굣길에는 이제 너가 없다는 게 달랐다. 함께 걸을 수 없는 이 길을, 앞으로 몇 달이나 더 걸어야 한다는.. 2022. 1. 21.
가장 우울하던 시기 만났던 첫사랑에게... 우리가 만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네게 고백을 해버렸다. 모든 결정을 질질끌며 우유부단하던 내가, 어떻게 고백을 할 수가 있었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그렇게 나는 너와 옷깃도 스치는 사이가 되었다.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 위로 눈송이가 흩날리던 때였다. 우리는 가까이 있던 만큼 만나는 횟수가 많았다. 추운 날씨에도 먼저 나를 데리러 오는 너는 뭐가 그리 좋았는지. 추위에 익어버린 두 볼을 내 손에 비비면서, 행복한 듯 미소를 지어줬다. 가끔은 내가 데리러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너를 만날 준비를 마치고 나갈 때면, 언제나 먼저 기다리고 있던 너였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왔다는 너와, 그 말에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꼈던 나. 우리의 풋풋하던 시절은 그랬었다. 손만 잡아도 숨이 멎을.. 2021. 2. 28.
군대에서 자살하면 일어나는 일 - 최악편 최상의 사례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없었기에 세상에 알려진 것이죠. 그렇다면 최악의 사례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으며,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까요? 군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와 제대한 군인들의 이야기들을 모아 재구성 해보았습니다. 보면서 화가 나시더라도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임을 알려드립니다. 1. 군 의문사란 무엇일까? 의문사라고 하면 보통은 원인을 모르는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군에서는 의미가 살짝 다릅니다. 구타와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 자살 등 사망의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의문사란 무엇일까요? 군 수사기관이 결론을 냈는데, 그것을 유족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없으면 의문사입니다. 정확히는 사망 사실에 대해 합당한 의문점이 있으면 의문사라고 부르죠. 막연.. 2020. 11. 15.
군대에서 자살하면 일어나는 일 - 최상편 평시에 군대에서 죽는 건 정말 헛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고 싶다면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은 알고 있는 게 좋겠죠? 지금부터 보실 이야기는 본인의 죽음이 묻히지 않고 보고가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일입니다. 당신이 부조리와 괴롭힘으로 자살을 했다고 칩시다. 자기 선에서 해결하고 싶은 지휘관은 없을 겁니다.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되는데, 죽은 사람 목숨에 책임을 질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결국 헌병대와 안보대에서 출동을 합니다. 순서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1. 자살직후 본인과 조금 떨어진 타대대나 연대는 마음의 편지로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합니다. 평소에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식으로 괴롭혔는지, 낱낱히 적으라고 시켜요. 이 시기에 적힌 부조리나 하극상은 지휘관에게 ..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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