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시절 멀어진 절친 이야기
"야, 꺼져라"
중학교 3학년, 네가 이사가기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왜 싸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 이후로 우리는 멀어졌다.
그때의 나는 다툼이 생기면 자리를 피하는 성격이었다. 치솟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하필 싸운 상대가 3년간 붙어다니던 너였다. 절대 떨어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너였다.
화해를 하려던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용기가 많이 부족했다. 서로 소심해서 먼저 말을 못 걸고 눈치만 보면서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 말을 걸지 않다니 내가 싫어진 게 아닐까?'
나와 성격이 비슷했던 너였으니까, 아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자기 비밀을 말해줄 정도로 친한 친구였는데, 몇 발짝 다가가서 말을 걸 용기조차 없어지다니, 돌아볼수록 답답한 성격이었다.
너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겠지만, 잘 풀리지 않아 답답했을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이 멀어지고, 네가 이사를 갔다. 이제는 거리도 멀어지고 다시 볼 수도 없게 됐다.
처음에는 네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너의 흔적이 가득했다. 너와 놀러다녔던 노래방과 포토존, 관광지나 동네 카페들. 거리에서 보이는 네 취향의 화장품들과 선물들.
우리가 함께 갔던 맛집.
우리 집에서 밤새 놀다가 서로의 머리를 말려주고 잠들던 날. 절대 말하지 말라면서 알려준 서로의 비밀들. 그 이후로 내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네가 준 인형.
네가 스며들어, 진하게 물들어 있는 게, 내 일상이었다.
너의 집을 놀러갈 때 항상 들렀던 그 지하 1층의 마트가,
이제는 편의점으로 바뀐 걸 너는 알고 있을까? 네가 짝사랑 하던 내 친구가, 알고보니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이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끝까지 철벽을 쳐서 너는 아이돌그룹 덕질이나 하겠다고 했었는데, 왜 이런 것만 자꾸 생각이 나는 걸까?
그때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할 걸. 내가 먼저 전화해서, 하다못해 문자로라도 사과 할 걸. 매일을 후회로 보내지만, 이제와서 연락하기도 웃긴 일이다. 시간은 너무 흘러버렸고, 그 사이에 네 감정이 어떻게 변했을 지 마주할 자신이 없다. 마주칠 일은 없지만, 지나가다 보더라도 인사를 할 수는 없을 테지. 너한테 미안했고 고마웠다. 그래서 꼭 잘 지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