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작문공부/이별 이야기

시험 전날 여친에게 차인 썰(내게 쓰는 편지)

혼자노는아싸(호나) 2020. 11. 11. 15:38
반응형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본 페이스북 메시지가 이별 문자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비몽사몽 하던 정신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네가 보낸 장문의 글을 차근차근 되짚어 나갔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갑자기라는 말은 없다지만, 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 어디에도 탓하는 말은 없었고, 넌 좋은 사람이라는 위로만 가득했기에. 아침에 맞이한 이별은 갑작스럽다고 느껴졌다.

시험기간 때문에 연락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을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나를 시험하는 게 아닐까 희망도 가져봤다. 하지만 다른 SNS를 들어가보니 이미 헤어졌다고, 새벽에 보낸 이별 메시지를 안 본다고 친구들에게 토로하고 있었다. 마음이 확실히 돌아섰구나.

나는 중간고사를 하루 앞두고, 너의 중간고사는 끝났을 시점. 마지막으로 받은 메시지를 하루종일 쳐다보았다. '내 마음이 처음처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익숙해져서 편해진 것이 아닐까. '내가 못해줘서 미안하다' 그런 거 다 필요없고, 너랑 연락하고 만나는 게 좋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너한테 정말 고마워' 그러면 왜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

'더 좋은 여친 금방 만날 거야' 그러기에는 아직 네가 너무 좋은데. '친구처럼 지내는 건 괜찮아' 그러기에는 내 마음이 친구 같지가 않은데. '힘내' 내가 힘든 이유가 너가 되어버렸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한 마디를 못했다. 그냥 많이 생각하고 말했을 테니 이해한다며 너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했던 것처럼 한 번 잡아보기라도 했으면 괜찮았을까? 이미 마음이 떠난 걸 알고 있으니 잡지못했고, 이런저런 핑계로 잡지 못 할 이유만 만들었다. 거절 당했을 때 무너질 내가 상상되지 않아서 잡지 못했다. 친구처럼 지내자고, 힘들면 연락하라고 한 너지만, 정말 연락하면 더 힘들어지고 다시 사귀자고 매달릴까봐 그러지 못했다.

친구였을 때부터 다정하게 대해준 너라서, 헤어진 뒤로는 친구처럼 대할 수 없었다. 헤어진 여친이라,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SNS나 보면서 멀쩡하게 지내는 너를 보며 씁쓸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니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너를 떠올리고 뒤따라오는 복잡한 느낌은 말로 설명할수가 없다. 슬픔이라기에는 눈물이 나지 않고, 미련이라기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으며, 미움이라기에는 아직 네가 좋아서, 더 모르겠다. 마음속에 잘 묻으려고 해도, 씨앗도 아닌 것이 자꾸 새싹을 틔워 고개를 내밀고, 결국 내 마음에 뿌리까지 내려버렸다. 그렇게 뿌리가 점점 퍼지고, 새싹이 꽃이 되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한동안 너의 SNS를 보며 한숨만 내쉬고, 하루에도 몇 번씩 탈퇴를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아무렇지 않은 나를 보여주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는 핑계로, 친구로 지내자는 너의 말을 핑계로, 탈퇴도 친구 삭제도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니 이젠 익숙하다. 나 없이 멀쩡해보이는 너도, 그런 너를 바라보며 씁쓸해하는 나도.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SNS도 지워서 이제 너를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휴대폰이 침묵하는 밤에는 멍해지는 일이 많지만, 나쁘지않아 이 정도라면 버틸만해.

----------------------------------------------------------------------
이별, 편지, 연애,  슬픔, 행복, 감정, 미련, 남친, 여친,  ,미련, 남자친구, 여자친구,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반응형